- 주인공의 캐미, 연기력, 화려함의 끝판 드라마!
- 주인공의 연기력과 화려함에 묻힌 몇 가지..
- <호텔 델루나>를 보고 새삼 느낀 점
주인공의 캐미, 연기력, 화려함의 끝판 드라마!!
드라마 <호텔 델루나>는 저승에 가기 전에 귀신들이 머문다는 호텔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이러한 소재보다는 두 주인공의 로맨스가 더욱 주목을 받은 드라마이다. 호텔 델루나의 사장 장만월과 엘리트 호텔리어 구찬성의 캐미가 다하지 않았나 싶다. 특히 무엇보다 장만월역의 이지은이라는 배우의 힘이 대단히 컸던 드라마이다. 아이돌이나 가수출신의 배우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이 드라마를 통해 그녀의 연기를 응원하게 되었다. 예상가능한 연기 그 이상을 보여주었고, <호텔 델루나>는 이지은의, 이지은에 의한, 이지은을 위한 드라마처럼 보일 정도로 배우 장말월은 배우 이지은 그 자체였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매력부터 액션과 코믹까지 앞으로 이지은이라는 배우가 어떤 연기자로 성장할지, 어떤 역할로 영화와 드라마에 나올지 기대가 되는 작품이었다. 여기에 구찬성역의 여진구가 함께 했다. 여진구의 팬은 아니지만 여진구의 연기력은 이미 증명되어 있고, 특히 상대 여배우를 돋보이게 해주는 탁월한 능력이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런 여진구가 이지은을 단단하게 받쳐주고 맞춰주었다. 여자 주인공에 비해 남자 주인공은 대게 빈약한 느낌이 많은 홍자매의 작품이기에 여진구라는 배우의 능력이 100% 활용되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외모나 연기뿐만 아니라 서로 주고받는 대사와 눈빛, 달달함 그 모든 것이 최고였다. 그래서였을까? 매회 새롭게 보이는 스토리들이나 조연 배우들이 많이 묻혀버렸다. 남녀주인공의 케미와 함께 드라마는 화려한 비주얼과 완벽한 CG로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오충환 PD는 다른 작품에서도 그래왔듯 화면을 이쁘게 찍는데 탁월한 능력이 있고, 이 작품 또한 이쁘고 아름답게 굉장히 공을 들여 찍었다는 느낌이 화면에서 바로 느껴졌다. 또 완벽했던 호텔 실내 인테리어 세트장은 실제로 있는 호텔이라면 꼭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쁘고 화려했다. 어느 드라마가 끝나고 난 뒤에 전시회를 한단 말인가? <호텔 델루나>는 성공적으로 종영한 이후, 평소엔 인간 눈에 보이지 않는 호텔이 반영월식이 시작되면서 인간의 눈에 보인다는 콘셉트로 전시회를 열었다. STAGE와 BACK STAGE로 나뉘어 드라마 세트장을 그대로 옮겨 체험도 하고 사진도 찍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화려한 호텔뿐만 아니라 매회 장만월이 입고 착용한 아이템은 연일 화제였고 품절되었다. 몇백만 원가량의 명품도 있었지만 저렴한 아이템도 센스 있게 같이 매치하여 화려함 자체의 장만월 캐릭터를 더욱 돋보이게 해 주었다.
주인공의 연기력과 화려함에 묻힌 몇 가지..
드라마는 1회부터 화려한 오프닝과 엄청난 CG로 흥미롭게 시작했다. 사실 저승과 이승을 다루는 세계관은 이미 유명한 드라마 <도깨비>와 비슷하지만 기본 설정이 다르니, 매번 표절논란을 받은 홍자매가 제대로 만들었구나 생각했다. 하지만 드라마가 진행될수록 배우들의 멋진 연기와 화려한 호텔에 잠시 가려졌지만, 잘 뜯어보면 <도깨비>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나하나의 에피소드는 다르지만, 가장 중요한 핵심 라인이 비슷하다. 과거의 죄로 신에게 벌을 받아 월령수에 갇혀 살게 된 여자와 이 여자를 월령수에서 풀어줄 수 있는 유일한 남자. 호텔 이야기는 단지 스토리텔링에 필요한 소재일 뿐 <도깨비>에서 성별만 바뀌었을 뿐이란 걸 알 수 있다. 극 후반부에 두 주인공과 관련된 메인 악귀와 싸우는 것도, 저승으로 간 이를 기다리는 그리고 만나게 되는 스토리까지 비슷하다. 워낙 <도깨비>가 흥행을 했고 불멸의 사람과 귀신 보는 사람이 나오면 다 표절이냐 생각할 수 있지만, 이미 흥행을 했던 스토리를 다시 이용하다 보면 표절은 피할 수 없지 않을까? 기시감을 제외하더라도 이 드라마는 조연 배우들에 대한 집중도도 많이 떨어지는 드라마였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두 주인공의 케미가 워낙 컸기 때문에 다른 배우들의 이야기가 어필이 되지 못했고, 재미없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그리고 최고의 악귀가 생각보다 너무 쉽게 무너져서 허탈함까지 느껴졌다.
<호텔 델루나>를 보고 새삼 느낀 점
드라마는 코믹적인 요소가 다분하지만, 보면서 두 가지 느낀 점이 있다. 누군가를 원망하고 미워하는 데에는 많은 감정과 에너지가 소모된다. 이것은 단순히 상대를 싫어함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 까기 피폐해진다. 장만월에게는 사랑하는 친구이자 남매 같았던 이를 죽인 남자에 대한 원한이 있었다. 그녀의 원한은 어둡고 차가웠으며 독했다. 그 한을 풀기 위해 천년이 넘는 시간 동안 호텔 델루나에 묶여 그 남자가 비참하게 죽어 자신을 찾아오기만을 기다린 것이다. 하지만 때로는 잡고 있는 것보다 놓는 것에 큰 마음이 필요하다. 용서는 상대를 위한 일이 아니라 나를 위한 일이라 여기고, 관계에서 발생하는 사사로운 감정들 하나하나 잡고 있기보단 놓아줄 것은 놓아주는 것이 나를 아끼는 방법이라는 것을 장만월도 조금씩 배워나간다. 나를 사랑하고, 나를 다치게 하지 않기 위해 굳이 다른 사람을 미워하고 싫어하고 저주하며 살 필요가 없다는 것을 많은 사람이 알게 된다면 조금은 덜 힘들게 세상을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또 드라마에는 12명의 신이 존재한다는 설정을 가지고 5명의 신이 등장한다. 같은 배우가 1인 다역을 하지만 옷차림, 말투, 행동, 가치관 등이 다 다르게 설정되어 등장한다. 어떤 신은 만월을 소멸로 위협하지만, 또 어떤 신은 만월을 가엽게 여겨 도와주기도 한다. 이렇듯 신은 공평한 것도 불공평한 것도 아니기에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한 책임을 신에게 또는 남에게 전가하는 것은 자신에게 도움이 되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신이 있다면 누군가에겐 그 신은 자비롭기도 하고, 또 누군가에겐 냉혹할지도 모른다. 결국 내 삶의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나 잔이기 때문에, 모든 선택에 대한 대가도 내가 치르게 되는 것을 남겨진 이들에게 알려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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