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삼킨 비극, 그리고 멈춰버린 전설의 계승자
1993년, 미국 액션 영화 《더 크로우(The Crow)》의 촬영장에서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이자 무술영웅 브루스 리의 아들인 브랜드 리(Brandon Lee) 가 총기 사고로 사망한 것이다. 당시 그는 이제 막 배우로서 입지를 다지고 있었고, 《더 크로우》는 그를 스타로 만들어줄 결정적인 작품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촬영 중 발생한 총기 사고로 인해, 그는 단 28세의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했다. 오늘은 촬영 중 실제 사건들로 유명해진 영화들 중에서 [더 크로우] – 브루스 리 아들의 죽음, 사고인가 음모인가 : 브랜드 리의 총기 사고와 그 배경, 이후 영화계의 변화에 대해 알아볼 예정이다.
단순한 사고였다고 보기엔 의문점이 너무 많았다. 장전되지 않았어야 할 총기에서 실탄이 발사되었고, 실제 촬영 장면에서 총을 맞은 브랜드 리는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깨어나지 못했다. 그가 맡은 역할은 죽음에서 되살아온 복수자, 이 모든 설정은 현실의 그의 죽음과 기묘하게 겹치며 전 세계 팬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그의 아버지 브루스 리 역시 32세에 갑작스럽게 사망했던 터라, 두 부자의 죽음을 둘러싼 각종 음모론과 저주설은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과연 브랜드 리의 죽음은 단순한 촬영 사고였을까? 아니면 영화와는 별개로 감춰진 무언가가 있었던 것일까?
촬영장 총격 사건의 전말: 무엇이 잘못되었는가?
1993년 3월 31일, 《더 크로우》의 한 장면 촬영 중 브랜드 리는 악당 역할을 맡은 배우 마이클 매시의 총에 맞아 쓰러졌다. 장면 설정상 총은 비어 있어야 했고, 발사되더라도 공포탄만 사용돼야 했다. 하지만 발사된 총알은 그의 복부를 관통했고,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되었으나 약 12시간 후 사망 판정을 받았다.
사고 조사 결과, 총기 안전 관리에 중대한 실수가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문제의 총에는 ‘더미 탄(dummy round)’이라는 장전 연출용 탄환이 들어 있었는데, 이 과정에서 총알이 총열에 남게 되었고, 이후 공포탄(blank round)이 발사되면서 그 총알이 실제 탄처럼 발사된 것이다. 쉽게 말해, 실탄이 없었지만 공포탄의 폭발력이 잔여탄을 발사시킨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당시 촬영팀에는 전문적인 무기 담당 무기술사(armorer)가 풀타임으로 상주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부 소품 담당 스태프가 무기 관리를 겸하면서, 안전 절차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같은 중대한 과실은 오늘날까지도 영화 촬영 안전 문제를 논할 때 대표적인 사례로 언급된다.
하지만 단순한 관리 소홀이라고 하기엔, 사건의 배경과 인물들의 과거까지 뒤섞이면서 사고 이상의 무언가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을 남기게 되었다.
죽음과 저주, 그리고 반복되는 리家의 비극
브랜드 리의 죽음은 그 자체로 충격적이었지만, 사람들의 마음을 더욱 뒤흔든 것은 그의 아버지 브루스 리의 죽음과의 기묘한 평행성이었다. 브루스 리는 1973년, 영화 《사망유희》 촬영 중 돌연 두통과 발작을 일으켜 32세에 사망했다. 그의 사망 원인은 약물 과민 반응이라고 밝혀졌지만, 사망 당시의 상황이 워낙 불분명해 다양한 음모론이 제기되었다.
이처럼 두 부자가 모두 영화 촬영 중 젊은 나이에 돌연 사망했다는 사실은 사람들로 하여금 단순한 사고를 넘어 ‘리 가문의 저주’ 혹은 조직적인 암살설까지 떠올리게 했다.
특히 브랜드 리는 《더 크로우》에서 죽음을 맞은 후 다시 살아나 복수하는 남자를 연기하고 있었는데, 실제로 이 장면을 촬영하던 도중 사망했다는 사실은 전 세계 관객들에게 극심한 충격을 안겼다. 마치 영화 속 이야기와 현실이 겹쳐지듯, 허구가 현실이 되어버린 사건이었다.
여기에 일부 대중은 영화계, 혹은 무술계에서 리 가문의 부상을 시기하거나 위협을 느낀 누군가가 개입했을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물론 공식적으로는 이 모든 이론이 부정되었고, 사건은 단순한 안전사고로 마무리되었지만, 그 정황이 워낙 석연치 않아 ‘의심’은 지금도 사라지지 않았다.
영화계에 남긴 충격과 변화: 다시 쓰인 안전 규정
브랜드 리의 죽음 이후, 할리우드 영화계는 총기 안전에 대한 전면적인 재점검에 나서게 되었다. 촬영장에서는 공포탄조차도 엄격한 관리와 무기 전문가의 상주가 필수 조건으로 자리 잡게 되었으며, 실탄의 현장 반입은 전면 금지되었다.
그의 사건 이후 30년 가까이 비교적 유사 사고 없이 유지되던 영화계는, 2021년 또다시 비슷한 비극을 겪었다. 바로 알렉 볼드윈이 출연하던 영화 《Rust》 촬영 중 발생한 총격 사고다. 이 사고로 촬영감독인 할리나 허친스가 사망했고, 브랜드 리의 죽음을 떠올리게 했다.
이후 브랜드 리의 유족들, 특히 브랜드의 약혼녀는 총기 사용을 최소화하고 CG로 대체하자는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실제로 현재는 CG 기술로 총기 발사 장면을 처리하는 경우가 늘었고, 실총이 필요한 장면에서도 철저한 검증과 전문가의 감독 아래 작업이 이루어진다.
또한 《더 크로우》는 브랜드 리의 죽음을 기리기 위해 남은 장면을 대역과 CG로 완성하여 공개되었고, 그는 이 작품을 통해 사후에 배우로서 큰 명성을 얻게 되었다. 다만 그가 살아 있었다면 더 많은 작품에서 활약했을 것이란 아쉬움은 지금도 크다.
슬픔을 남긴 불멸의 영웅
《더 크로우》는 단순한 영화 그 이상이 되었다. 비극적인 실제 사건이 얽히면서, 이 영화는 영원히 브랜드 리의 마지막 유작, 그리고 영화를 삼킨 현실의 비극으로 기억된다. 그는 이제 전설이 되었지만, 그를 둘러싼 질문들은 여전히 명확한 해답을 갖고 있지 않다.
브루스 리의 아들이라는 부담스러운 이름을 넘어, 브랜드 리는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려 했고, 《더 크로우》는 그가 진정한 배우로 거듭나던 찰나였다. 그러나 28세라는 짧은 생애는 그 모든 가능성을 앗아갔다. 남겨진 것은, 그가 연기한 죽음에서 돌아온 남자처럼 사람들의 기억 속에 살아있는 불멸의 모습뿐이다.
그의 죽음은 영화계에 귀중한 교훈을 남겼고, 관객에게는 엔터테인먼트의 이면에 존재하는 위험과 책임을 일깨워주었다. 그리고 지금도 많은 이들이 말한다.
"브랜드 리는 죽지 않았다. 그는 전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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